현장

식용을 넘어 문화로
‘곤충’의 재발견
식용곤충농장|니오타니인섹트팜

글. 편집실 사진. 김성용 studio 돌담

니오타니인섹트팜(이하 니오타니팜)은 산업곤충을 생산해 온 1세대 식용곤충농장이다. 곤충이 친환경과 미래 식량으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란
오현석 대표(42)의 확신이 지금의 니오타니팜을 만들었다. 식용곤충을 넘어 문화곤충으로, 인간과 곤충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니오타니팜을 찾았다.

알을 낳고 수명을 다한 곤충들의 사체는 닭의 먹이로 활용되는데, 그 닭들이 낳은 달걀들로 쿠키를 만들고 있어요.
농업의 선순환에 있어서 활용도가 매우 높은 산업 곤충들입니다.
니오타니팜은 옹진군 영흥도에 자리한 인천 제1호 곤충축사다. 2015년 식용곤충을 사육하는 전문농장을 갖춘 이래, 현재는 갈색거저리 유충인 밀웜을 주력 생산하는 농장으로 변모했다. 밀웜은 유달리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하여 ‘고소애’로도 널리 알려진 식용곤충 중 하나다. 지방이 30%, 단백질이 70%에 달할 정도로 영양과 맛이 풍부하기로 유명한데, 단백질은 쿠키와 같은 스낵, 환자식 등의 원료가 된다.
“초기에는 일반식품 원료로 인정된 고소애를 비롯해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등 4종을 모두 키웠습니다. 이후 농장을 좀 더 전문화하고 싶던 차에 맛이 우수하고, 사육이 용이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하여 고소애를 전문으로 키우게 됐죠.”
오현석 니오타니팜 대표는 밀웜이 비교적 사육이 쉬운 곤충으로 통한다고 말한다. 곤충에 사용하는 각종 톱밥의 경우 수분 조절량이 중요한데, 밀웜은 건식 사료를 사용할 뿐 아니라 질병에도 강하다고. “지난 10여 년간 전염병 피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라는 오 대표는 무엇보다 맛이 정말 고소하다고 귀띔한다.
고소애 전문농장으로 전환…
경제·환경 모두 ‘합격점’
농장 내 곤충축사는 약 165㎡(50평) 규모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설과 유충을 선별, 세척하고 건조하는 데 필요한 스마트팜 기기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축사 내부에는 사육 전용 케이지가 층층이 쌓여 있는데, 7,000~1만 5,000마리가 자라고 있는 2kg의 밀웜 케이지가 2,000개에 달한다. 소규모라고는 해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고려할 때 육류의 수십 배 이상으로 경제적이라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물과 사료 소비량이 적은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 환경오염 가능성 또한 낮다고.
“갈색거저리가 낳은 알이 부화하면 밀웜으로 성장하는데, 발육 기간이 3~4개월 정도입니다. 온도와 습도만 일정하게 유지하면 1년에 3~4번 수확이 가능하고, 농작물과 달리 모종 비용도 전혀 들지 않지요. 작은 농지에 수직 농사로 4모작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 조그만 암수 한 마리가 한 달 동안 200~400개의 알을 낳는데요, 개체 수는 적어도 번식력이 좋아 생산성이 매우 높은 편이지요. 이 외에도 농장을 운영하며 나오는 곤충의 부산물은 다시 땅으로 돌아가 곤충의 먹이가 되는 채소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상품성이 없는 못난이 채소들은 다시 곤충의 먹이원으로 사용됩니다. 알을 낳고 수명을 다한 곤충들의 사체는 닭의 먹이로 활용되는데, 그 닭들이 낳은 달걀들로 쿠키를 만들고 있어요. 농업의 선순환에 있어서 활용도가 매우 높은 산업곤충들입니다.”
밀웜의 주식은 밀을 빻아 체로 쳐서 남은 찌꺼기인 밀기울인데, 니오타니팜에서는 밀기울에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함께 급이해 친환경적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1차 산업인 농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속하지만, 곤충 농장의 경우 시설만 잘 갖추면 적은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 대표가 니오타니팜을 혼자 운영할 수 있었던 데는 농장 설립 초기부터 스마트팜 시설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고. 곤충 사육은 성충이 되기 전 유충을 걸러내는 일이 중요한데, 이 또한 선별기가 대신하고 있다. 오 대표는 “초기에 시설과 건축비 투자로 산업의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지만, 안정화된 이후에는 유지비가 적게 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판로개척은 큰 걸림돌…
재미 가미한 ‘챌린지 상품’으로 극복
오 대표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유학파이다. 박사 학위를 밟던 중 큰 수술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는데, 건강과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을 두다 식용곤충과 인연이 닿았다고 했다. 알면 알수록 곤충이 친환경과 미래 식량으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1년 동안 전국 곤충농장을 다니며 배운 끝에 고향인 옹진군에 농장을 지을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건 판로를 개척하는 일이었어요. 초기에는 다른 곤충농장과 같이 곤충 체험농장으로 운영했지만, 2017년부터는 식품 제조를 통해 새로운 판로를 찾기 시작했지요. 굼벵이환과 밀웜쿠키를 처음 선보이면서 다양한 식품 박람회에 참가했는데, 식용곤충을 권유하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열심히 몇 년을 활동하다 보니 점점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처음으로 먼저 다가오셔서 ‘맛있다’라고 해주셨던 분이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니오타니팜의 대표 상품은 ‘고소애 챌린지박스’다. 고소애 함량에 따라 다음 단계를 맛볼 수 있는 제품인데, 1~100%까지 4단계로 나뉘어 있다. 고소애 1%가 함유된 마들렌부터 고소애 무화과 쿠키(5%), 고소애 현미칩(10%), 밀웜 오븐 건조(100%)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도전해 보는 재미가 있어
체험학습용으로 학교에서 인기가 높다. 오 대표는 “생산된 제품의 98%가 학교로 간다. 학교 수업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다 보니, 월 1천 개 이상 꾸준히 구매가 이뤄진다.”라고 덧붙였다.
식용곤충을 넘어
‘문화곤충’의 미래 꿈꾼다
미술 전공을 살려 식용곤충을 활용한 수업 자료도 직접 만든다는 오 대표는 다양한 교육, 문화콘텐츠 사업도 구상 중이다. 현재 농장에 마련된 전시 공간이자 곤충 카페에서는 연령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이들에게는 애완 곤충을 만져보고 느껴보는 체험, 식용곤충을 단계별로 먹어보는 미각 체험과 고소애 컵케이크 만들기 체험, 꿀벌의 밀납을 이용한 초 만들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중고등학생에게는 산업곤충에 관한 직업 교육을 하는 한편, 산업곤충으로 귀농,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농장에서 컨설팅을 하거나 농업대 강의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니오타니팜이 소유한 영흥도의 1만 평 부지를 활용해 곤충치유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니오타니는 생물학적 성장이 끝났지만 의식 안에선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열정이 충만하다는 뜻입니다. 산업곤충은 활용하고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식용곤충을 넘어서 산업곤충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앞으로 축평원과 함께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