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

축산 유통에 대한 이해
축산물은 어떤 여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올라올까?

글. 전상곤 교수 (경상국립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한국인의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2022년에 쌀 소비량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3대 육류 소비량은 1인당 58.4kg으로 추정되는 반면 쌀 소비량은 55.6kg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가장 중요한 먹거리인 축산물은 어떤 여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올라올까?

‘축산 유통’은 단순히 고기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을 넘어 국민경제와 개인의 삶에서 복잡하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본고에서는 축산 유통의 개념과 구조, 특수성, 가격 형성 원리, 축산물 가격의 특징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축산 유통이란?
축산 유통은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이 최종 소비자인 우리에게 전달되기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말한다. 쉽게 생각하면 농장에서 식탁까지 연결되는 긴 사슬이라고 볼 수 있다. 축산 유통 과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생산: 농가에서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사육하고 고기, 우유, 계란 등 축산물을 생산한다.
도축 및 가공: 생산된 가축은 도축장에서 위생적으로 처리되고, 가공 공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된다(예: 정육, 햄, 소시지 등).
운송: 도축 및 가공된 축산물은 유통 시스템을 통해 소비지까지 안전하게 운반된다.
판매: 대형마트, 정육점,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축산 유통의 특수성
축산 유통은 단순한 상품 이동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다른 상품 유통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높은 안전성 요구: 축산물은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생산, 도축, 가공, 운송, 판매 모든 단계에서 철저한 위생 관리와 저온 유통 시스템이 필수이다. 육류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농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유통비용이 발생한다. 육류는 냉동이나 냉장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위생 안전성을 확보하고 품질 확보를 위해 특수한 장비와 시설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높은 감모율: 축산물은 다른 농작물과 달리 생축→지육→부분육→정육으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무게 손실이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발생: 가축의 성장 주기와 질병 발생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들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자주 발생한다. 최근 한우 공급 과잉에 따른 산지 가격 하락은 한우가 갖는 긴 성장 주기에 따른 것이다(한우 수소는 대부분이 생후 약 30개월령(거세우 기준)에 시장에 출하된다. 수급 불균형을 잡기 위해서 최소 비육기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는, 갑작스러운 구제역과 같은 가축질병 발생으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할 수도 있다. 또한, 축산물은 계절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진다.
큰 가격 변동성: 수급 불균형, 사료 가격 변동, 계절적 요인, 국제 정세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와 러·우크라 전쟁 등에 따른 국제 곡물 시장의 불안정에 따라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물 생산비 증가와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잡한 유통단계: 생산자, 도축업자, 가공업자, 도매상, 소매상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유통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단계별로 비용이 발생하여 소비자 가격 형성에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높은 유통비용: 축산물 유통비용(마진)은 도축가공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비용으로, 소매가격과 생산자 수취가격의 차이로 정의된다. 중간에 다양한 유통단계가 존재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유통비용으로 인해, 생산자 수취가격과 소매가격의 등락이 가끔 불일치하기도 한다. 소매가격 중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인 유통비용률(2023년 기준)은 닭고기가 59.0%, 쇠고기 52.6%, 돼지고기 46.0%, 계란 42.1%, 오리고기 27.4% 순이다.
축산물 가격의 결정
축산물 가격도 기본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축산물의 특수성에 따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은 상승하고, 반대로 공급보다 작으면 가격은 하락한다.
수요: 축산물 수요는 소비자의 소득 수준, 취향, 선호 부위, 대체재(닭고기, 수입육 등) 가격 변동 등에 영향을 받는다.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축산물 전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고급육에 대한 선호도 증가해 왔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선호가 다양해지면서 백색육, 저지방, 곤충식품, 대체육 등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공급: 축산물 공급은 가축 사육두수, 사료 가격, 질병 발생 여부, 계절적 요인, 정부 정책 등에 영향을 받는다. 축종에 따라 생육주기가 서로 다르게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한우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대략 3년 내외의 시차(임신기간 10개월, 비육기간 30개월)를 가진다. 돼지는 대략 1년 내외(임신기간 4개월, 비육기간 6개월), 가금류는 이보다 짧게 수개월 이내(육계는 약 30일 사육)로 공급량에 영향을 미친다.
기타: 국제 축산물 시세, 환율 변동, 유가 변동, 기후변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축산물 가격의 특징
축산물 공급의 가격 탄력성: 축산물은 농장에서 입식 단계와 출하 단계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여, 출하 시기의 가격 변화에 따라 공급량이 반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특히 소와 같은 대가축의 경우, 번식에서 생산, 비육, 출하까지 2~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 대가축일수록 공급이 가격에 대해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비탄력적인 특징이 있다.
축산물 수요의 가격 탄력성: 일반적으로 생필품으로 인식되는 농산물일수록 수요가 가격 변화에 대해 민감하지 않게 반응하는 비탄력적인 특징이 있다. 생필품에 가깝게 인식되는 우유와 닭고기의 경우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보다 값비싼 한우고기의 경우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축산물 가격의 단기적 변동: 시장에서 발생하는 가축 질병 혹은 전염병, 전쟁, 자연재해 등과 같은 일시적 수급 교란으로 단기적이고 불규칙한 가격 변동이 발생한다.
축산물 가격의 순환(주기) 변동과 계절 변동: 순환 변동은 장기 추세선을 따라 주기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반복 현상을 보이는 것이고, 계절 변동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여 연중에 4계절을 주기로 일정한 형태를 보인다.